안녕하세요. 고양이 일기라는 카테고리를 우리 애기 복막염에 관한 글을 먼저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저희 애기는 러시안블루라 블루 계열 보석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사파이어 할 때 파이로요.
애기가 있던 곳의 환경이 좋은 환경은 아니었어서 처음에는 눈꼽도 심하고 손,발톱도 관리가 안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데리고 온 다음 주말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병원 첫 검진을 다녀왔고, 그 이후 저희의 병원행은 매주마다 있게 됐죠 ㅎㅎ;
복막염 의심 진단 전까지 병원 타임라인도 정리해둘까 해서 포스팅 합니다.
처음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저와 제 오빠는 가족으로 파이를 맞이하기 전,
저희가 고양이를 평생 가족으로 키울 수 있을 지에 대한 상의와 고민을 굉장히 많이했어요.
제가 고양이 알러지가 심해서 오빠의 반대도 심했구요. 하루에 한 알씩 약 먹으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참을만하고 파이가 저한테 주는 에너지는 조금 남아있던 공황장애까지 극복하게 해줬어요 ^^
그래서 많이 공부하고 잘 키워보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진단 받은 게 귀진드기 였어요.
2022/09/23 : 파이가 태어난 날
2022/12/04 : 파이가 가족이 된 날
2022/12/11 : 3대 질병 검사 및 귀진드기 검진 및 소독, 심장사상충약 (약 100,000원)
상태가 심하다는 말씀을 듣고 차에서 집으로 가는 내내 얼마나 울었는 지 몰라요.
초보 집사라 가려운 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병원갔다 호되게 혼났죠.
이때부터 좋은 병원 가서 치료 받게 하자 싶어서 바로 병원을 옮겼습니다. 세계고양이수의사회 골드레벨 받은 곳으로요.
24시간이라 응급일 때도 가던 병원 가는 게 마음 편할 것도 같아서요. (단점은 왕복 1시간)
2022/12/14 : 귀 진드기 검진 및 소독, 얼굴 곰팡이 진단 및 소독 (약 52,000원)
.. 얼굴에도 곰팡이가 생겨서 2차 멘붕이지만, 처음보단 씩씩하게 병원에서 소독약 바르는 방법과
귀 소독 방법을 배우고 집에와서 일주일에 2번씩 자가에서 소독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워낙 심한 경우라고 하셨거든요.
2022/12/18 : 종합백신 1차, 귀진드기, 얼굴 곰팡이 중간 검진 및 소독 (77,600원)
2022/12/25 : 귀진드기, 얼굴 곰팡이 중간 검진 및 소독, 귀 세균 발견 (53,000원)
거의 2주를 치료했는데도 낫는 기미가 잘 안 보여서 더 꼼꼼하게 봐주셨는데 귀에 세균까지 발견 ㅜㅜ그래도 이때쯤에는 곰팡이는 많이 나았고 거의 세균만 남은 상태인 걸로 보여졌어요.자세히 기록 해두지는 않아서 기재할 순 없지만, 중간 중간 소독 약도 많이 바꿔주고 항생제도 처방받아 먹였어요.
2023/01/01 : 귀진드기, 귀 세균, 얼굴 곰팡이 중간 검진 및 소독 (43,300원)
2023/01/08 : 종합백신 2차, 귀 세균 검진 및 소독 (59,600원)
2023/01/29 : 종합백신 3차, 귀 세균 검진 및 소독 (90,800원)
중간에 갑자기 텀이 확 길어진 거 보이시죠? 항생제도 먹고 소독도 하면서 많이 나아져서
그런 결정을 내린 거였는데.. 다시 나빠졌어요.
2023/02/18 : 광견병 주사, 항체가 검사, 귀 세균 검진 및 소독 (124,400원)
! 우리 애기 특별하다, 특별하다 했지만, 항체가 검사에서 항체가 칼리시 말고는 안 생겼다는 결과를 들었어요.
수의사 선생님도 왜 그러냐 파이야 하시면서 같이 안타까워 했었죠.
이때부터는 어후 등골 파이! 이러면서 애기 아빠랑 장난치면서 웃었었죠.
2023/02/25 : 종합백신 추가접종, 귀 세균 소독 약 제조 (124,400원)
귀에 세균이 너무 오랜시간 잡히지가 않아서 수의사 선생님과 상의 끝에 이주일 후에도 나을 기미가 안 보인다면,
항생제 내성 검사를 받아보기러 했어요. 저희 애기 지금까지 항생제를 너무 많이 먹었거든요.
이때 받은 소독 약도 시중에서 파는 약이 아닌, 수의사님이 직접 배율하셔서 주신 소독 약이었어요.
2023/03/04 : 귀 세균 검진 및 소독 (33,000원)
2023/03/11 : 종합백신 추가접종, 귀 세균 검진 및 소독, 항생제 내성 검사 (101,000원)
ㅎㅎ 항생제 내성 검사를 위해 파이 귀 조직을 실험실로 보내고 결과 나올 때까지 잠시 쉬어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3월 19일 애기가 잠만 자고 밥도 남기고 사냥놀이도 안 하는 거에요. 왼쪽 눈은 잘 뜨지도 못하고..
왜 이러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종일 붙어서 애기만 봤는데, 밤 11시쯤부터 눈이 빨개지는 걸 느꼈고 응급실에 전화했는데진단만 가능하고 치료는 불가능하다기에 월요일 연차쓰고 애기 아빠랑 같이 병원에 갔어요. 눈이 빨개지다가 한쪽 눈이 혼탁해지는 거까지 보여서, 허피스 바이러슨가? 하며 걱정되는 마음으로 안과 전문의사쌤을 만나뵀어요.
이 사진이 일요일 내내 애기 상태였어요. 처음엔 귀엽게만 보여서 사진 찍어둔 거였는데..
기본 안과 검사를 하고 나오셔서, 갑자기 혈액검사를 해봐야 된다고. 눈물량이 아예 없는 편에 속하고 안압도 비이상적으로 떨어져 있다고 하셨어요. 이때 처음으로 들은 병명이 복막염이에요.처음에는 복막염(?) 이러고 있다가 선생님께서 다른 고양이들 안구 복막염성 있는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설명을 해주시니까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그제서야 깨닫고 12종 혈액검사를 진행했어요.
2023/03/21 : 안과 검사, 키트검사, 실험실검사, 진단검사(전혈구검사CBC), 혈액가스검사, 혈청화학검사, 내복약, 점안액 (573,600원)
이 날 병원에만 4시간 동안 있었던 거 같은데, 다행이 저희 애기는 확진을 할 만큼 수치가 나쁘지 않은 게 많았어요.복막염은 키트 검사가 아니라, 혈검 수치를 종합적으로 보며 진단을 하는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이런 애매한 복막염 추정 진단이 있을 경우에는 신약(GS)으로 진단하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신약은 복막염만 치료하기 때문에
애기 상태가 개선되면 복막염 확진으로 본다고 해요.
복막염 치료 약으로 나온 'GS'는 많은 임상실험 결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FDA의 승인을 받지 못해
동물병원에서 약 처방이 불가능해요. 동물병원에서는 혈액검사만 진행하고 나머지는 저희 집에서 케어를 해야 된다고 하네요.
엄청 울던 것과는 다르게 방법이 있기는 하다기에 한시름 덜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치사률 90%다.' 라고 말씀하시던 게 악몽처럼 자꾸 따라 붙네요. 틈틈히 일기 남기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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